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살며 생각하며]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온 지 꽉 찬 한 해가 지났다. 작년 1월 말에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했을 때는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사한 콘도는 말 그대로 몇 바퀴 구르면 바다가 있는 곳이다.   바닷가의 겨울바람은 맵고 따가웠다. 그래서 브루클린에 살 때는 날이 추워도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거르지 않고 산책 삼아 하던 걷기 운동도 멈추고, 날이 풀릴 때까지 동면하는 곰처럼 집에서 웅크리며 지내야 했다.   유엔의 어느 기구에서는 만 예순다섯 살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사한 뒤 몇 달 동안 마지못해 청년이어야 했던 내 몸은 청년의 그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쪽으로 진화(?)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뱃살은 앞으로, 옆구리 살은 양옆으로, 그리고 가슴살은 천장에서 시작된 종유석처럼 아래로 아래로 깔때기처럼 가늘어지며 흘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차에 용기를 내어 우리 콘도 1층에 있는 Gym의 문을 노크했다.    처음 두어 달은 낯선 운동기구들과 낯을 익히느라 설렁설렁 시간을 보냈다. 근육이라고는 거의 없던  만 64세의 청년(?)은 그렇게 쇠질(근육운동의 은어)의 신세계로 발을 디밀었다.   출근하기 전, 새벽 4시 반부터 한 시간 조금 넘게 마구잡이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근육량이 거의 없었던 운동 초기에는 지금에 비하면 엄청 가벼운 무게를 감당하기가 힘들어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악을 써야 했고, 입에서는 고통의 신음이 멈추질 않았다. 근육이 거의 없을 초창기에는 운동할 때 힘도 들고 근육이 아팠는데, 지금은 무게추를 몇 단계를 늘렸음에도 제법 안정감 있게 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아홉 달이 지나고 나니 어깨와 팔, 가슴과 등, 그리고 다리에도 힘을 주면 새롭게 형성된 근육이 꿈틀거린다. 몸에 끼는 티셔츠를 입고 거울을 보면 크게 흉잡히지 않고 제법 태가 나는 내 모습에 아주 잠깐씩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몸의 변화는 외형에 머무르지 않았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피곤함이 내 몸에서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운동에 쏟은 땀과 시간은 나를 배반하지 않고 몸과 정신 모두 건강한 삶을 살도록 나에게 후한 보답을 해준 것이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김수영이라는 가수가 부르는 ‘조율’이라는 노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파괴되어 가는 아름다운 자연과 순수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태초의 그것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하늘님’께 ‘조율’을 갈구하는 내용인데, 너무 감동스러워서 요즈음도 가끔 되듣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조율은 기원한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질까? 내가 건강해지고 싶어서 처음처럼 ‘조율’해달라고 기원하고 간구만 하면 건강이 내게 주어질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글귀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Gym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조율’이라는 꼭대기에 오르는 사다리의 첫 마디를 오르는 셈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한 계단씩 오르다 보면 기대하지 않아도 저절로 ‘조율’이 되는 것은 아닐까?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관계 회복을 위해서 처음 상태로의 조율을 원한다면 나부터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기적은 그렇게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김학선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나이 운동 초기 걷기 운동 관계 회복

2022-02-09

[살며 생각하며]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 조율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온 지 꽉 찬 한 해가 지났다. 작년 1월 말에 현재 사는 집으로 이사했을 때는 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이사한 콘도는 말 그대로 몇 바퀴 구르면 바다가 있는 곳이다.   바닷가의 겨울바람은 맵고 따가웠다. 그래서 브루클린에 살 때는 날이 추워도 아침저녁으로 꼬박꼬박 거르지 않고 산책 삼아 하던 걷기 운동도 멈추고, 날이 풀릴 때까지 동면하는 곰처럼 집에서 웅크리며 지내야 했다.   유엔의 어느 기구에서는 만 예순다섯 살까지를 청년으로 규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사한 뒤 몇 달 동안 마지못해 청년이어야 했던 내 몸은 청년의 그것과는 전혀 거리가 먼 쪽으로 진화(?)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뱃살은 앞으로, 옆구리 살은 양옆으로, 그리고 가슴살은 천장에서 시작된 종유석처럼 아래로 아래로 깔때기처럼 가늘어지며 흘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차에 용기를 내어 우리 콘도 1층에 있는 Gym의 문을 노크했다.    처음 두어 달은 낯선 운동기구들과 낯을 익히느라 설렁설렁 시간을 보냈다. 근육이라고는 거의 없던  만 64세의 청년(?)은 그렇게 쇠질(근육운동의 은어)의 신세계로 발을 디밀었다.   출근하기 전, 새벽 4시 반부터 한 시간 조금 넘게 마구잡이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근육량이 거의 없었던 운동 초기에는 지금에 비하면 엄청 가벼운 무게를 감당하기가 힘들어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악을 써야 했고, 입에서는 고통의 신음이 멈추질 않았다. 근육이 거의 없을 초창기에는 운동할 때 힘도 들고 근육이 아팠는데, 지금은 무게추를 몇 단계를 늘렸음에도 제법 안정감 있게 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아홉 달이 지나고 나니 어깨와 팔, 가슴과 등, 그리고 다리에도 힘을 주면 새롭게 형성된 근육이 꿈틀거린다. 몸에 끼는 티셔츠를 입고 거울을 보면 크게 흉잡히지 않고 제법 태가 나는 내 모습에 아주 잠깐씩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몸의 변화는 외형에 머무르지 않았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피곤함이 내 몸에서 사라졌음을 알게 되었다. 운동에 쏟은 땀과 시간은 나를 배반하지 않고 몸과 정신 모두 건강한 삶을 살도록 나에게 후한 보답을 해준 것이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김수영이라는 가수가 부르는 ‘조율’이라는 노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파괴되어 가는 아름다운 자연과 순수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태초의 그것으로 되돌릴 수 있도록 ‘하늘님’께 ‘조율’을 갈구하는 내용인데, 너무 감동스러워서 요즈음도 가끔 되듣기를 하고 있다.   그런데 조율은 기원한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질까? 내가 건강해지고 싶어서 처음처럼 ‘조율’해달라고 기원하고 간구만 하면 건강이 내게 주어질까?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글귀를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Gym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조율’이라는 꼭대기에 오르는 사다리의 첫 마디를 오르는 셈이 될 것이다. 그렇게 한 계단씩 오르다 보면 기대하지 않아도 저절로 ‘조율’이 되는 것은 아닐까?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관계 회복을 위해서 처음 상태로의 조율을 원한다면 나부터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기적은 그렇게 나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을-. 김학선 / 자유기고가살며 생각하며 나이 조율 운동 초기 걷기 운동 관계 회복

2022-02-09

[시론] 대선 이후 한·일 관계 전환점 맞을까

한국·미국·일본의 동북아시아에서의 전략적 취약점은 악화한 한·일관계다. 이 세 민주주의 국가가 역내 규범에 기반을 둔 국제 질서를 지키지 못하고 도발과 공격을 저지하지 못하면, 이익은 오롯이 북한과 중국·러시아에 돌아간다.   대선을 앞둔 한국의 진보와 보수 후보 진영은 모두 한·일 관계 악화가 한국의 전략적 입지를 심대하게 손상시켰다고 본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인사들은 한 달 전 ‘중앙일보-CSIS 포럼 2021’에 참석해 대일 관계 회복 의지를 밝혔다.   일본 정계 내 변화도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임명한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하버드 시절 미 의회에서 일했고, 한국과 중국의 정계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아 온 국제주의자다.     이달 부임하는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는 한·일 관계 회복이 자신의 핵심 임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아직 지명되진 않았지만(바이든 정부로선 곤혹스러운 일이다) 부임할 주한 대사는 이매뉴얼과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솔직히, 예감은 좋지 않다. 한국의 외교 전문가들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역사적인 한·일 회담에 필적하는 관계 전환이 일어나길 바란다.     오부치 총리는 과거사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다. 김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역할 확대를 지지하고 일본 대중문화를 개방했다.     2022년에도 유사한 정상 회담이 이뤄진다면 최고겠지만, 1998년 상황이 재연될 것 같진 않다.   주된 문제는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이 성향 불문하고 위안부 및 강제 징용 문제에 더 타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965년 한·일 기본조약으로 모든 대일 청구권 문제가 해결됐고, 2015년 박근혜-아베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는 종결됐다는 게 이들의 정서다.     김대중과 오부치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한 것인 만큼 한국은 외교 규범상 이미 해결된 문제에 일본이 더 양보하길 기대해선 안 된다는 관점이다. 기시다 총리는 “공은 한국에 있다”는 말로 이 점을 분명히 했다.   기시다 총리, 하야시 외무상이 새로운 타협안을 내길 원해도 실행은 쉽지 않다. 2015년 합의 당시 기시다 총리는 외무상으로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합의를 번복했을 때 자민당 내에서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일·중 우호연맹회장을 지낸 하야시 외무상도 중국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어 한·일관계에 몰입할 여력이 없다. 지난번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사나에가 선전한 것도 이런 당 기류의 반영이다.     일본 내 국제주의자들도 향후 한국의 정부나 법원, 국회 다수당이 합의를 또 던져버릴 수 있지 않으냐는 분위기 때문에 일본 정부더러 타협하라고 주장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김대중-오부치식의 포괄적 해결은 이상적이지만 위험도 있다. 더 수월한 첫걸음은 다른 의제로 분위기를 바꿔보는 거다. 지정학적 관점이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의 아시아 패권 야심에 동조한다고, 한국 전문가들은 일본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와 해양 민주국가 연대를 강조해 과도하게 중국과 긴장을 조성한다고 여긴다.     하지만 아시아의 밝은 미래를 원하는 두 나라의 관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중국의 패권주의를 경계하고, 역내 미국의 강한 리더십을 원한다.     해결 불가능한 문제에 매달려 화해의 가능성을 낮추기보다, 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협력, 인프라 금융과 여성 역량 강화, 민주주의 지지에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공유하는 가치와 이익을 위해 협력하고 신뢰를 쌓으며 구축된 선의의 관계는 두 나라 앞에 놓인 난제들을 없애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마이클 그린 /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시론 전환점 대선 일관계 개선 대일 관계 관계 회복

2022-01-13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